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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피니언] 임기말 대통령 ‘스스로 훈장’ 관행 개선하길

ds1sny 2013. 2. 12. 19:39

[사설] 임기말 대통령 ‘스스로 훈장’ 관행 개선하길

등록 : 2013.02.12 19:09 수정 : 2013.02.12 19:09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최고 등급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받는다고 한다. 정부는 어제 김황식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를 의결했다. 임기말 대통령이 자신에게 훈장을 주는 이른바 ‘스스로 훈장’인 셈인데 어디로 보나 모양이 좋지 않다.

대통령의 스스로 훈장은 이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임기말 이 훈장을 받아 논란을 빚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집안 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까지 이 훈장은 정권을 이양하는 전임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당선인에게 수여하도록 의결해 새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훈장을 받았다.

이를 두고는 공무를 시작하지도 않은 신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전임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노 전 대통령은 급기야 당선인 시절, 이 훈장을 사양하면서 퇴임과 함께 5년간의 공적을 치하받는 의미에서 훈장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의 전례를 따른 것인데, 당선인 시절이나 퇴임 직전에 훈장을 받는 것 모두 부적절해 보인다.

5년간 국가원수로 봉직한 대통령의 공로를 치하하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형식과 내용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 선거에서 이겨 대통령이 됐다고 훈장을 주는 것이나, 5년간 고생했다고 대통령이 스스로 훈장을 받는 것 모두 문제가 있다. 현행 제도를 바꾸어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전직 대통령에게 5년간의 봉사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훈장을 수여하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직 대통령과 그 부인에게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도록 한 현행 상훈법을 개정해 전직 대통령에게도 훈장을 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무궁화대훈장에 사용되는 금은 190돈으로 금값만 4100만원이 넘고, 부부가 함께 받을 경우 비용만 1억여원에 이르는 것도 문제다. 훈장은 명예가 중요하지 보석이 호화로울 필요는 없다. 대통령의 스스로 훈장 관행도 고비용 저효율 정치에 해당한다. 이번 기회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으로 개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