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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요타, 일본식 경영 내세우다 국제화 전략 실패

ds1sny 2010. 1. 30. 22:45

도요타, 일본식 경영 내세우다 국제화 전략 실패

매일경제 | 2010.01.30 04:03

◆일본病…그것이 주는 교훈 ②◆
도요타 위기가 미국에 이어 중국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른바 '일본병'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국내적으로는 이번 도요타 위기(Toyota Crisis)를 일회성 사건으로 여기며 무마하는 분위기지만 미국과 유럽 등 외신은 그동안 국제적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일본이 국가적 취약점을 드러낸 대표적 예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도요타는 일본 제조업을 대표할 뿐 아니라 1980년대 이후 일본의 세계시장 진출을 상징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일본적인 강점을 내세우며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던 일본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국가 브랜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 도요타 위기는 전략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자동차 시장이 가장 넓은 미국과 유럽에서 대형 차량이나 고가 하이브리드차량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짰던 것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를 예상하지 못한 도요타는 생산시설을 1000만대까지 확대했다. 운도 없었지만 신흥시장 성장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였다. 주된 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하고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는데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ㆍ생산하는 원가 절감 전략만으로는 근본 해결책이 되긴 힘들었다.

그러나 신임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간부들 좌석을 강등시키는 등 기존 비용절감책을 강화했고, 이것이 오늘날 대량 리콜 사태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일본 내에서는 제대로 작동해 온 것으로 보였던 품질관리(QC)도 외국에서는 허점을 드러냈다.

섬 국가라는 폐쇄적 한계성을 가리키는 '갈라파고스 신드롬'이 도요타 위기를 부른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인 사이에 팽배하고 있는 무기력증이 세계 1등 기업 도요타 내에 암세포처럼 자리 잡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도요타 리콜 사태는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특히 캠리, 코롤라, 아발론, 하이랜더, 툰드라 등 8개 주력 차종에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은 예사 문제가 아니다. 도요타는 북미에서만 800만대 리콜을 결정한 데 이어 28일에는 중국에서도 7만5000대를 리콜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1000만대가 넘는 리콜이 예상된다. 2월 1일부터 일주일 동안 북미 5개 공장은 생산도 중단된다.

도요타는 자동차 판매가 급성장하는 중국과 브라질에서도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차종은 자사 다른 고급차 시장을 갉아먹는 카니발현상(cannibalization)까지 빚어냈다.

국제 컨설팅전문 '인터브랜드' 최고경영자인 제즈 프램턴은 "현대차의 제1 경쟁자로 꼽히고 있는 도요타가 만만치 않은 문제로 전열이 흐트러지는 형세"라며 "현대차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글로벌 애널리스트들은 도요타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번 리콜 사태는 이 같은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현재 'A+'인 도요타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현재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 "미국의 도요타 때리기" 日 언론 다른 분석
일본 현지에서도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조치로 인해 1937년 창업 이래 구축해 왔던 제품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염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영 전략 부재'라는 냉혹한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도요타 때리기'가 이번 사태 배경이라는 분석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제품 결함이나 리콜 조치는 자동차 메이커에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매년 GM 등 미국차 '빅3'가 몰락한 이후 미국 현지 언론들이 도요타 제품 결함을 유독 확대 해석해서 보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경제주간지인 도요게이자이는 최신호(1월 30일자)에서 미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올해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행정부가 자국 내 메이커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도요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북미시장에서 더욱 고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북미시장에서 실시된 8개 차종 생산 중단과 230만대 리콜 조치는 미국 운수부 측이 먼저 요청해 도요타 현지법인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 채수환 특파원 / 서울 = 신현규 기자 /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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